어르신에게 듣는 여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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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르신에게 듣는 여성차별

현기혈 선생님과 인터뷰.JPG

 어르신에게 듣는 여성차별

 

 

현기열 학생! 나는 그 어르신을 부를 때 현기열 학생이라고 부른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2회 졸업이라는 학력을 가진, 현재 92세 어르신이다. 1928년생 어르신은 높은 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한민국 역사의 최고 신여성이었다. 어르신은 늘 편안하게 웃음을 머금은 자상한 표정을 한 채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으신다. 너무나 편하고 너무나 덤덤한 태도로 여성으로 살아온 어르신의 삶 이야기 속에서 당시 여자의 서글픈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어르신의 삶은 온통 포기로 채워져야만 했었다.

 

 

시집 가기 전 나는 승마를 배우고 싶었다. 이웃집에 사는 또래가 승마배우는 것을 보면서 승마를 배우게 해 달라고 어머니를 졸랐다. 어머니의 반응은 확고하였다. 절대 안 돼! 배우고 싶으면 시집가서 배우라는 차가운 반응에 나는 승마배우기를 포기했다. 대학 시절 나는 학교에 있는 선교사를 보면서 외국으로 나가는 활동에 참여 하고 싶었다. 그 역시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해외로 돌아다니는 일을 여자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보려고 할 때 마다 어머니와 부딪쳤다. 운전을 배우고 싶었고 비행사가 되고도 싶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625전쟁도 치르고 그 즈음 나는 약사자격증을 가지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결혼 후 나는 남편으로부터 여자라는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약사자격증은 여자에게는 한낮 종이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남편은 나에게 여자가 가정을 지켜야지 어떻게 약국을 할 수 있느냐면서 포기를 종용하였다. 여자는 가정에서나 필요한 존재일 뿐 사회에는 나설 수 없는 존재라는 의식만이 나에게 남겨졌다

 

 

요즈음 젊은 여성들이 자기계발,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70년 전 우리 사회와 가정에 만연해 있었던 의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임은 분명하나 여성 진출에 필요한 사회환경 조성은 여전히 미흡하고 본다. 가정에서의 정서적 지원과 사회에서의 실질적 지원이 더욱 확고해지길 기대 해 본다.

 

92세 어르신에게 지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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