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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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친정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엄마 점심으로 짜장면 드실래요? 우동 드실래요?”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아니라 짜장면, 우동 중 어떤 것을 드실래요?”

아무거나!”

아이참! 아무거나는 없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라는데!“

 

내 언성이 높아진다.

함께 생활한지도 1년여 되어가는데, 매일같이 씨름해 온 대화이다.

답답하고 속상하다. 둘 중 드시고 싶은 것을 말하면 되는 간단한 일을 왜 그러실까? 결정장애인지? 배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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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 본인 드시고 싶은 것 말해 주시면 준비하는 나도 편한데 딸에게 맡기시는 모습이 싫다. 딸이 준비하기 편한 것으로 딸이 먹고 싶은 것으로 하라는 뜻 같다.

92세이신 친정어머니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고관절 수술 후 20193월부터 우리 부부와 생활하게 되었다. 나도 두 아들을 결혼시켜 두 며느리와 손주 셋을 둔 할머니이다. 결혼한 자녀들이 오게 되면 자녀들과 손주들 먹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준비하지만 연로하신 엄마가 그러시는 모습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드시는 것 작은 것 하나 자녀들에게 불편을 안 미치려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바보같이... 눈물이 나온다.

 

여러 차례 말씨름 후에 알게 된 사실이다. 어머니 본인이 선택하면 상대방과 다를 수 있으니 표현은 안 하신단다. 노인정에서, 이웃분들과 식사모임이 있을 때 다른 분들의 결정에 따른다고 하신다. 자기 본인의 식사메뉴도 말 안하고 정말 모를 일이다. 딸 입장에선 배려가 몸에 밴 것인지 마음이 쓰인다.

 

결혼 후 33년 동안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지내다가 이제 함께 생활하며 서로 적응해 간다. 어머니께서 누구에게 폐를 안 끼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오셨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속상하시고 딸 내외에게 패가 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신다. 이제는 자녀들 보살핌을 받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내 생각을 어머니에게 강요하는 것이 내 욕심이지만.

 

이런 어머니를 보니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서 동일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자신보다는 남편과 가정과 특히 자녀들을 위해 살아오셨고 살아가시는 것이다. 아마 나도 그런 뒤를 따라갈 텐데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애처롭다.

 

어머니와 나에게 허락된 삶 가운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의사 결정을 존중해 드려야 할 텐데 미흡하다. 하지만 세끼 식사 챙겨 드릴 수 있고 잠자리 등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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